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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KOHO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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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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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에게

     그 때 그는 깨달았다. 사랑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지만,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빛나는 무언가를, 아니 무언가들을 찾아낸 것 같았다. 그는 그녀와 함께하고 싶었다. 그녀가 행복할 때면 같이 그 기쁨을 나누고, 그녀가 슬퍼할 때면 같이 슬퍼하고 싶었다. 슬픔을 이겨내는 것을 도와주기 전에 같이 슬퍼하고 싶었다.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다. 좋은 것이 있으면 그녀에게 먼저 이야기하고 싶었고, 안 좋은 것이 있으면 그녀가 그것을 피해가기를 바랬다. 

 

     그녀를 보고 있으면 행복의 우물이 차오르다 못해 넘쳐나는 것 같았다. 같은 공간 아래 있다는 것의 설레임이 그를 감쌌다.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의 눈과 마주치고 예쁜 미소를 보면 환희의 폭포 아래 서 있는 것과 다름없는 것 같았다. 그녀를 보며 씩 웃고 두 팔 벌려 껴안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가까이 다가가고, 숨결이 느껴지는 그 모든 순간이 황홀하고 빛났다. 볼을 서로 부딪히며 교감하고 머리칼을 쓰다듬고 그녀를 보고 있자니 행복하다 못해 이내 내가 어떻게 이 고결한 존재와 이렇게 이 순간을 공유할 수 있는지 하는 아름다운 의문이 스쳐 지나갔다.

 

     그는 질투도 했다. 그녀와 함께하는 순간들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다른 남자에게 그녀가 그 미소를 지어 보일 때면 속이 쓰라렸다. 그녀를 믿는다고 속으로 수차례 되뇌었지만 모든 다른 남자가 그녀와 사랑하기 위해 접근하는 것만 같았다. 그녀를 지켜주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다. 그녀의 그 눈빛을, 머리칼 사이로 은은하게 떠다니는 샴푸 냄새를, 그 보드란 손길을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녀를 졸졸 따라다니는 것이었다. 

 

     질투와 오해와 속앓이를 모두 동반했다. 그러나 그는 이내 깨달았다. 그녀가 어떻든간에, 그녀가 누구와 있다거나 상관없이 그녀의 사랑은 그가 받고 있었다. 그는 그것을 모르고 있었는가? 아니, 알고 있었다. 다만 불안했다. 그 사랑을 항상 재확인하고 싶었다. 그 확인하는 방법을 몰랐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가 항상 말로는 알면서도 사랑에 빠지기만 하면 잊어버리는 것은 사랑은 확인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사랑이 무슨 정상회담인가, 재확인할 필요가 있게. 사랑은 증명할 필요도 없다. 사랑을 하면 양쪽으로 그걸 깨닫는다. 그걸 어떤 물질적인 방식으로 다시 검토하거나 짚고 넘어갈 이유도 없다. 사랑을 시작하면 그것을 이어가기만 하면 된다. 당연히 싸운다. 서로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오해하고, 힘들어한다. 그러나 그렇게 깨달아야 한다. 그 오해와 그 앓이에는 악의가 없다. 그리고 깨달아야 한다. 신뢰가 모든 것의 근간이어야 한다. 

 

     그는 그녀의 일상에 자신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자신이 일어나서 그녀에게 일어났냐고 연락을 하고, 자신의 하루가 어떤지 얘기를 해주고 싶고, 밤에 잘자고 사랑한다며 말해주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녀도 그럴까하는 의문을 가졌다. 그 의문을 가지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것이 오해로 변질될 여지를 남겨두면 힘들어진다. 그녀도 그를 믿고, 그녀도 그를 사랑하고, 그녀도 그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된다. 

 

     그는 그녀와 사랑을 하기 위해 솔직해지기로 다짐했다. 그것은 그녀가 그를 믿어줄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는 그녀가 그에게 의지하기 전에 그녀에게 먼저 의지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녀를 지켜주고 싶었고, 독차지하고 싶었다.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것이 그의 최대 목표였다. 그 목표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찾아가는 과정 또한 그를 행복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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